2018 장고걸스 서울 워크샵 후기

기다리던 장고걸스 서울 워크샵 소식이 올라왔을 때 기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나는 파이썬과 장고는 생소하지만,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니며 퍼블리셔로는 3년을 일했는데 개발 입문자를 위한 이 워크샵에 당첨될 수 있을까? 그래서 참가 신청 때 개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지를 보면서 이거 살짝 뻥을 쳐야하는 건가 생각했다. 차마 그럴 수 없어서 매우 솔직하게 썼는데 ‘장고걸스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싶고 깃헙을 관리하고 있고 개발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나의 어필이 통한 것일까 당첨이 되었다. (야호!)
그리고 스쿨 동기들에게도 슬랙으로 워크샵 소식을 공유했더니 몇분이 신청해서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장고걸스 행사장 앞에 있는 배너

장고걸스는 개발 입문자가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발 행사이다.

2018년의 나의 다짐은 ‘마크업만이 아니라 스크립트도 잘 다루고 최신 프론트엔드 트렌드도 따라갈 수 있는 개발자가 되자’였다. 그래서 3년을 다녔던 웹 에이전시를 나오기로 했고, 눈여겨보고 있던 패스트캠퍼스의 프론트엔드 스쿨 과정을 등록했다. 마침 시기도 적절한 게 퇴사일과 학원 개강일 사이에 2주 정도의 텀이 있었다. 학원에서는 각종 개발 커뮤니티와 밋업,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를 권장했고 실제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만 이 시대의 개발자(적어도 내가 이상으로 삼았던 개발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일단 페이스북 그룹이나 슬랙에 가입했다. 커뮤니티가 다양한 만큼 종종 다양한 행사 소식도 올라왔다. 간단히 맥주를 마시면서 개발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자는 모임부터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 같은 컨퍼런스 소식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그 많은 행사 중에 어느 것 하나 선뜻 참여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이 굴 것 같아서였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뻘쭘하게 있을 것 같아.’
‘대화하는데 내가 너무 몰라서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을 하면 어쩌지?’
‘입문자를 위한 모임은 없나?’

이런 나의 걱정을 해소해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발 행사가 장고걸스 워크샵이었다.

장고걸스 워크샵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워크샵 기간 동안 지켜줘야 할 점에 대해 알려주는데, 그중 참석자는 어떠한 질문이라도 (너무 기초적이라 바보같이 느껴질 것 같은 질문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개발 커뮤니티에서도 어느 정도 자정하는 분위기인데, 가끔 너무 기초적인 것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그 정도도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으냐며 날카롭게 구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모르는 사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 모르는 걸 어떤 방법을 써야 해결할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이야 ‘“구글”에 “영어”로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 나와’, ‘“stack overflow”에 가면 다 있어’라고 말하지만, 그것조차 모를 수도 있는 법이다. 실제로 나는 웹 쪽으로 전향하기 전, 우체국에서 일할 당시만 해도 크롬은 안 썼다. 검색은 모두 네이버를 통해 이뤄졌고 어릴 때는 익스플로러가 업데이트되어서 UI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화를 냈었다. 내가 그 사람 옆에서 성장 과정을 계속 지켜보지 않은 이상은 상대가 어느 정도 알 것이라는 판단을 섣부르게 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이런 나의 여과 없이 나오는 질문에도 친절히 알려주신 이재열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장고걸스에는 훌륭하고 친절한 코치님이 많이 계신다.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자

행사장에 딱 들어섰을 때 느낀 것은 ‘많다! 사람이 많다!!’였다. 파란 옷을 입은 워크샵 신청자도 많은데 흰옷을 입고 있는 코치님이나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관계자분도 많았다. 조를 꾸려서 한 조에 신청자 3명 정도에 코치님이 1명 이상이 붙어서 진행하는데, 그렇게 구성된 조가 20팀 이상이었던 것 같다.
워크샵 첫날(7/20)은 7시에 시작되어 2시간 정도 파이썬을 설치하거나 에디터를 설치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개발환경을 세팅했다. 두 번째 날(7/21)에 본격적으로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따라 하면서 장고로 블로그를 만들었다. 우리 조는 나를 포함해 개발을 배워보셨거나 배우고 있는 분들이어서 어쩌다 보니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어 심화 튜토리얼까지 진행해버렸지만,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내가 찾을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거나 git에서 실수해버린 경우였는데 코치님이 팀 테이블 주위를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같이 봐주시고 해결해주셨다. 그리고 블로그를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파이썬 문법과 장고에 대해 어느 부분까지가 장고의 기능이고, 파이썬의 문법인지 궁금한 점을 여쭤봤는데 매우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셨다.
특히 첫날에 MVC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이전에는 MVC, MVVM 등의 아키텍처 패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리액트는 뷰만 담당하는 라이브러리이고 앵귤러는 프레임워크다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도 앵귤러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다 보니 어떤 점이 다른 것인지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관련해서 글을 찾아봐도 이해를 잘 못 했는데, 이재열 코치님의 설명을 듣고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따라 해 보면서 MVC 패턴이나 프레임워크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첫 파이썬/장고 프로젝트

장고걸스 워크샵의 좋은 점은 내가 혼자서 한다면 몇 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문제를 코치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공부하는 것에도 장점은 있다.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또한 공부일 것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해결했다는 성취감 역시 얻을 수 있다. 단점은 매우 많은 삽질을 해야 하고 엄청나게 시간을 낭비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전에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따라 해보려다 포기한 이유는 튜토리얼 자체가 ‘이 정도는 아시죠?’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데다가 그 이 정도를 맞추기 위해 어디부터 공부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히고, 오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걸 풀 능력이 내게 부족해서 gulp와 Sass를 처음 익힐 때처럼 매우 고통의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스쿨과정이 끝날 때쯤에는 어느 정도 스크립트에 익숙해져 있을 테니 그때 다시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일단 접어두었었다.
단순히 따라하는 것뿐이더라도 개발의 한 사이클을 경험해보고 결과물을 만들게 되면 앞으로의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장고걸스는 개발 입문자에게 (혹은 나처럼 파이썬/장고 입문자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마치며

오늘도 작문 실력을 늘려야겠다는 깊은 반성을 하며…
장고걸스 워크샵을 신청한 계기는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을 제공한다해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생소한 언어와 생소한 기술을 사용해 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워크샵을 통해 코치님들의 도움을 받아 한 사이클을 빠르게 경험해보자’였다. 실제로 코치님의 도움으로 튜토리얼을 따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장고의 일부를 경험한 것이지만 웹 프레임워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유익했다.
그런데 그런 목표 성취 이상의 경험이었다. 세마나 형식의 컨퍼런스 외에 이런 소통을 통한 커뮤니티 행사에 처음 참여해 본 것이었고 나 스스로 이전과 다르게 외향적으로도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개발 커뮤니티의 행사에 참여할 용기를 얻었다. 다음에는 장고걸스에 코치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장고걸스 굿즈가 탐이 난다면 다음 워크샵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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